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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애니, 2018)

by 어텀모드 202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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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I want to eat your pancreas

2018

 (스포주의)

 

원작 소설과 만화, 실사 영화가 있는 이 영화를

난 애니메이션으로 유일하게 보았다.

제목과 그림이 매치가 되지않아

사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아무리 말해도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왠지 이상한 내용일 것 같아서 ㅎ

이 영화는 본 사람만 이야기할 수 있다.

제목을 왜 저렇게 지어야만 했는지.

 

영화는 장례식장에서 학생들이 흐느껴 울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모두들 사쿠라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병원에서 우연히 줍게 된 일기장

'공병문고'라고 적혀있는 일기장을 살짝 보는데

'췌장.. 죽는다..'

이때 나타난 사쿠라는 자신의 병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고 가버리는 하루키의 모습에

사쿠라는 웃음이 터진다.

자신의 병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하루키라면 비밀을 지켜줄 것 같아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간다.

 

사쿠라는 학교에서도 하루가 있는 독서부에 지원하여

자신의 남은 시간동안 사이좋게 지내자고 한다.

학급 친구들에게 인기 많은 사쿠라와

책에만 빠져 항상 혼자 있는 하루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떤 장기가 아플 때 그와 똑같은 장기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말이 있다.

사쿠라는 그 이야기를 꺼내며 하루에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다.

영화 속 사쿠라는 시한부의 인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밝다.

그리고 자신이 죽기 전 하고 싶은 리스트를 써가며

하루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하루키는 처음에는 귀찮아하는듯 하지만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연인은 아니지만 연인처럼 여행도 가고

츤데레처럼 챙겨주며 곁에 있어준다.

 

특별하지도 않고 수수한 배경들이 펼쳐지는 영화 속 장면들이

오히려 그들의 특별한 관계를 더 부각시켜준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사쿠라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며

"너도 나도 하루의 가치는 똑같아."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리스트의 절반 정도를 끝냈을 때,

검사 수치가 조금 높게 나와 2주 정도 입원을 하게 된 사쿠라.

하루키는 사쿠라를 찾아가 '너에게는 삶을 사는 게 어떤 의미'냐고 물어본다.

 

"산다는 건 말이지.

누군가와 마음을 소통하는 것.

이런 걸 보고 산다고 하는 게 아닐까?

누군가를 인정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싫어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서 즐겁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

그것이 '살아간다'는 것 같아"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입원기간이 2주 더 늘어난다.

사쿠라는 밤에 병실을 잠시 빠져나와

하루키와 함께 언덕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하루키는 말한다.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순간, 폭죽이 터지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드디어 사쿠라가 퇴원하는 날

하루키는 그들이 자주 가던 '스프링'이라는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기로 한다.

문자를 서로 주고받던 중,

하루키는 자신의 진심을 담아 문자를 보낸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여기서 그가 말하는 의미는

처음에 사쿠라가 했던 의미와는 다르다.

어떤 사람의 췌장을 먹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먹은 사람 속에서 살아 숨쉰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카페 문을 닫을 시간까지 사쿠라는 나타나지 않는다.

문자도 연락도 없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하루는 티비에서 나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쿠라의 죽음

 

괴한에게 '묻지마'살인을 당한 그녀.

 

하루키는 그녀의 장례식에 가지 않는다. 아니, 그러지 못한다.

 

그는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무작정 책만 읽어댄다.

그렇게 10일이 지나고 결심이 섰는지 사쿠라의 집으로 향하는 하루키.

사쿠라의 어머니는 그에게 일기장을 건넨다.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일기장에는 사쿠라의 유언도 있다.

부모님에게, 쿄코에게 그리고 하루키에게.

 

하루키의 이름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사쿠라는 벚꽃, 하루는 봄

서로의 이름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책, '어린왕자'

마지막 장면도 '어린왕자'의 배경으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잘 보면, 사쿠라는 여우모양의 귀걸이를 하고 있다.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여우는 말한다.

 

"넌 수많은 소년 중 한 사람이고, 난 수많은 여우 중 한 마리일뿐이야.

하지만 너가 날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볼 수 없어. 마음으로 봐야해."

 

다른 사람이 있을 때 나오는 자신의 매력에 비해

하루키는 스스로 그 매력을 만들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을테고,

친구도 연인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던 하루키가

다른 누구도 아닌 사쿠라를 선택한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존재감을 느꼈을 것이다.

벚꽃(사쿠라)가 봄(하루)을 기다리는 것처럼.

사쿠라는 하루의 곁에서 잠시 피었다가 그렇게 지고 말았다.

 

하루키는 이제 다른 사람을 인정하려고 하고 자신도 인정받고자 노력한다.

그 노력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벚꽃이 피듯이

하루키의 노력 또한 다른 누군가의 꽃을 피워주지 않을까.

 

죽음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영화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OST가 정말 좋았다.

글로 풀어낸 그 감성은 얼마나 더 진할까.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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