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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by 어텀모드 202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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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 시작된 나의 서평들.

이벤트가 있는 출판사를 찾아 서평신청을 하고 당첨 소식을 들으면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들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하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볼 시간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보통의 언어들'은 내가 정말 보고싶었던 책이었다.

이벤트 서평들을 마무리한 후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을 했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떨렸다.

TV에서 김이나 작가의 말들에 소름이 돋았던 적이 많았던 터라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프롤로그에서부터 느껴지는 그녀의 글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p37_ 사과를 받은 사람 쪽에서 필요한 겸연쩍은 시간이란 게 있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나누기까지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몹시도 무겁다.

이 무거운 발걸음을 기다려주는 것까지가, 진짜 사과다.

 

상대방의 사과에 금방 웃음이 지어지지 않는 얼굴

내가 사과했는데 금방 풀어지지 않는 상대방의 모습에 오히려 화가 나는 마음

나는 그게 내 감정의 잘못인 줄 알았다.

내 마음이 좁아서 쿨하지 못해서 등의 이유로

내 마음을 오히려 질타하고 나의 그런 태도에 대해 부끄러워한 적도 있었다.

사과를 받은 사람 쪽에서 필요한 시간.

그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이 사과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모습이라니.

사과하는 사람이 내미는 손은 용기와 인내를 다 갖춰야한다.

이런 마음은 우리의 관계를 훨씬 더 돈독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p55_ 인상을 찌푸린 얼굴로 또는 격앙된 목소리로 뱉는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은,

잦은 빈도로 누군가를 향한 비난을 내포한다.

 

이 문장을 나도 입버릇처럼 내뱉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려 노력하고,

나의 관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에

김이나 작가가 하는 말에 단번에 공감할 수 있었다.

 

p123_ 나에게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아이들을 낳은 후 외로움을 느끼는 건 나에겐 흔한 일상이었다.

처음엔 그 느낌에 너무 고독하게 빠져서 우울증이 오려고도 했었다.

아이들이 점점 성장해가면서 나의 시간에 여유가 생겼을 때,

그때 느낀 외로움은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이제는 나도 알고 있다.

그 외로운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p198_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치고 지루함을 느낄 때

일탈을 위한 준비를 한다.

여행을 갈수도 있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고,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탈이라는 건, 평범하고 똑같은 일상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결국 다시 반복되는 패턴의 일상을 만든다.

내가 지금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도

일상의 거대한 쳇바퀴같은 정해진 루틴을 위함인 것은 확실하다.

 

 

글을 곱씹어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해 준 '보통의 언어들'

보통의 언어들 속에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작은 보석들이 하나씩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김이나 작가의 글 속엔 따뜻함이 묻어있다. 그녀의 글에 매료되어 그녀의 팬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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