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케 Bokeh
(세상의 끝에서 우리는)
2017
영화 정보
개봉 : 2017년 3월 미국에서
장르 : 드라마, SF
국가 : 아이슬란드, 미국
상영 시간 : 92분
등장인물
영화 '보케'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남겨진 한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영화다. '보케'란 초점이 맞지 않아서 피사체 이외의 부분이 뿌옇게 보이는 사진 효과를 말한다. 재난 영화인 것 같은 설정이지만 그보단 사람의 심리에 관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줄거리 (결말 포함)
연인 관계인 라일리(사진 작가)와 제나이는 미국의 아름다운 섬나라인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둘만의 여행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잠이 깬 제나이는 창 밖에 비치는 알 수 없는 오로라 섬광을 보게 된다.
그것이 원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음 날 아침 늦게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간 그들은 도시에 그들 외엔 아무도 없다는 걸 인지한다. 심지어 가족을 포함한 어느 누구와도 연락이 되지 않고 뉴스나 인터넷 기사도 모두 어제에 머물러 있다. 두 사람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빈 차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가보기도 하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보지만 그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라일리는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는 제나이를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음료를 만들어주고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였고, 식량과 생필품들은 넘쳐나는 상황. 라일리는 두 사람이 살 집을 정하고 마트에서 함께 장도 보며 제나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찾으려하는 제나이.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라일리는 카트를 타고 장난을 치다 넘어지면서 다치게 되는데 이 사건으로 제나이의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삶을 대하는 서로의 관점이 너무나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조금씩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두 사람.
일화로 예를 들면, 아침에 라일리가 블루베리맛 요거트를 꺼내 먹는데 제나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순서대로 먹으라고 말하지만 라일리는 블루베리맛이 먹고 싶다고 한다.
수도가 끊겼을 때 불안해하는 제나이와는 달리, 라일리는 빗물을 받아 수도에 연결할 물레방아를 직접 만들어 설치한다. 땅에 부서져 있는 비행기를 볼 때 라일리는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제나이는 폐물이 된 또 다른 쓰레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시골의 한 별장에서 살아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제나이는 다시 희망을 느끼지만 쇠약했던 노인은 다음 날 허무하게 죽어버렸고 호숫가에 그를 묻어준다. 제나이는 다시 두 사람만 남겨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몇일이 지난 후, 제나이에게 메일 한 통이 도착하는데 그건 라일리가 예전에 보낸 메일이었고 제나이의 절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다음 날, 라일리는 제나이가 남긴 사진을 보게 되는데 사진 속 제나이의 얼굴이 점점 어둡게 변해가는 걸 보고 불안함을 느낀 라일리는 급하게 제나이를 찾으러 나간다.
결말 : 라일리는 제나이를 찾아냈지만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고 자신도 물에 뛰어들어 죽으려 한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차리고 나와 다시 세상 속으로 향한다.
이 때, 라일리를 제외한 주변 풍경이 흐릿해지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는 라일리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세상 사람들이 사라졌다?
컨셉만 보면 재난영화같지만 이 영화는 재난 영화가 아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생존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삶을 대하는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제나이는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아내고 싶어하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절망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포기해버리고, 라일리는 현재의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삶을 살아가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보케'라는 영화 제목처럼 어느 가치관에 포커스를 두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내 삶의 방향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